흠숭과 공경(홍 범기 베드로 신부님: 올바른 언어 탐색)

‘성인(sanctus, sancta)’이라는 칭호는 초기교회에서 성덕(聖德)이 뛰어난 신앙인들에게 적용되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성인은 생존 시에 영웅적 덕행(德行)으로써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어 가톨릭교회가 보편적 교도권(敎道權)을 통해 성인으로 선포한 신앙인들 혹은 장엄한 선언을 통해 성인으로 선포한 신앙인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성인 선포는 성인들의 생존 시의 덕행이나 순교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증언이요 본보기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를 통해 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 성인공경의 남용이나 지나침이 없도록 당부했으며, 성인들의 전구(轉求)가 하느님의 말씀에 반대되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한 분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참조: 1티모 2,5)의 영예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한  종교분열자들의 의견을 배격하고,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강복을 받기 위해 성인들을 불러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마땅하고 유익한 일이라고 가르쳤다(참조: DS 1821, 1835).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도 성인공경이 그리스도를 통해 성령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바쳐지는 흠숭을 약화(弱化)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완전하게 한다고 가르치면서 다음과 같이 천명(闡明)한다: “나그네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인의 친교가 우리를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인도하는 것처럼 이렇게 성인들과 이루는 통공도 우리를 그리스도와 결합시켜 주고, 온갖 은총과 하느님 백성의 생명 자체가 그 원천이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교회헌장 50).

가톨릭교회에서의 성인공경의 본래적 의미는 역사적·구체적 인간에게서 성취된 하느님의 은총의 승리를 찬미하는 데에 있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모범을 보여준 성인들의 전구(轉求)를 호소함은 그분들이 세상에서 하지 않았던 어떤 것을 해달라고 요구함을 의미하지 않고   세상에서의 그분들의 삶이 하느님과 세상 안에서 영속적(永續的)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함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현교회의 구성원들이 과거의 성인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자기반성과 자기고발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렇게 이해할 때에 기독교 신자들도 가톨릭교회에서의 성인공경에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있다.

‘공경’이라는 용어가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에게 사용될 수 있으나 엄격히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가톨릭교회는 세 가지 유형의 공경을 구별한다. 하느님께는 ‘흠숭(latria, adoratio)’, 성모 마리아께는 ‘상경(hyperdulia)’, 성인들에게는 ‘공경(dulia, veneratio)’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 드리는 예를 각각 ‘흠숭지례(欽崇之禮)’, ‘상경지례(上敬之禮)’, ‘공경지례(恭敬之禮)’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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